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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노량진으로 들어왔을 때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 개인 화장실이 반드시 딸려 있을 것. 약간의 결벽증이 있는 나는 남이 쓰던 변기에 걸터앉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가격을 듣고 바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 화장실이 붙은 방은 월 40만원이다. 알바로 모은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방값에 쏟아 부을 수는 없었다.
책도 사야했고, 학원 강의도 수강해야 했다. 아쉽지만 화장실을 포기하고 다른 방을 알아보니 더욱 기가 찼다. 창문 있는 방은 다른 방보다 5만원 더 비싸단다.
인간이 어떻게 창문도 없이 사냐고 생각했던 나는 월 30만원을 주고 창문 딸린 조그만 고시원에서 노량진 생활을 시작했다.
나름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던 나는 1년 반만 미친 듯이 공부하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오산이었다.
7점 차이로 낙방한 첫 번째 시험에서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얻었다. 두 번째 시험은 3점 차이로 떨어지고, 세 번째 시험은 2점, 네 번째 시험은 3점 차이로 떨어지면서 공무원 시험이 절대 만만한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 합격할 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 시험이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하면 꼭 그만큼 시험 난이도나 경쟁률이 높아졌다. 우리카지노
수험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진 돈이 바닥을 드러낼 때 나는 노량진에서 가장 싼 방으로 이사했다. 빈 통장 앞에서 창문은 사치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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