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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수국(水菊)

작성자
아이랑
작성일
2016.07.1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629
내용
歸信寺 뜰 한구석에 水菊이 무더기무더기 피었네 
여리고 약한 것들이 세상의 한구석에서 순한 주먹 
질을 해댔네 

생식도 자선도 끊긴 세상의 구릉, 덤불 숲이 귀 
신사를 얽어내었네 귀신사 흙 냄새가 수국을 피워 
올렸네 순결한 비명이었네 

하품하듯 무성한 숲을 헤치고 어둠이 귀신사를 
향해 사붓사붓 건너오네 어차피 靜寂이야 이곳에선 
익숙한 풍경일 텐데 

저 落照는 서편을 향해 팔 벌린 귀신사를 위한 
것이네 귀신사는 죽음에 가까이 있네 사라지는 것 
의 咫尺, 엷게 물드는 것의 咫尺, 가벼운 어둠의 
咫尺을 여기서 알 것 같네 

저녁의 서늘함이 귀신사 깨어진 돌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네 버려진 수국 사이로 촘촘히 스며드네 그 
렇게 한 떼의 生이 저무는 모습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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